수업시간에 책 모서리에 한장씩 움직이는 그림을 그려 빠르게 넘겨본 적이 있을 겁니다.
어린이들의 일상적인 책 모서리 낙서부터 전문 분야의 영화까지 넓게 고루 애용되는 기법인 스톱모션은
1프레임씩 화면을 직접 구성해주는 애니메이션 기법입니다.
모형이나 인형, 소품들을 프레임 단위로 살짝 움직여 촬영한 뒤 하나로 합쳐주는 스톱모션은
1초에 보통 24~60 프레임이 들어가야 하는 영상의 특성을 감안하면 손에 꼽을 정도의 "노가다"라 할 수 있습니다.
초당 최소 24장을 만들어주어야 하니, 5분짜리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7200장의 장면이 필요한데
이 장면들의 세밀한 움직임을 하나하나 지정해주다보면, 난이도도 높을 뿐 아니라
객관적인 작업시간이 가히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듯, 잘 만들어진 스톱모션 영상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신선한 표현들과 아기자기한 요소 등, 그만의 매력과 산뜻함을 가진 스톱모션기법이
크리에이티브를 만난 순간입니다.
스톱모션을 이용한 광고들
현대카드X 시즌X캐시백 / 현대카드 , 2014
▼
처음으로 소개할 광고는 모형과 장치를 이용한 스톱모션에
3D그래픽을 적절하게 섞어준 현대카드 광고입니다.
납량특집이라기엔 과하게 귀여운 이 광고는, 노가다의 여지를 최소화하면서도
스톱모션의감각적이고 뜬금없는 오브젝트의 교체/전환의 매력을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인형들의 부분적인 움직임과, 갑작스러운 장면전환에 주목하며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Clay / xBox 360 , 2007
▼
전형적인 스톱모션 기법을 사용한 xBox 360의 새로운 패키지 게임광고입니다.
클레이 도우를 이용하여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속도로 상징물들을 만들어내는데,
사실은 고도로 계산된 직접 만들어 그려넣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한컷한컷의 노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결과물입니다ㅎㅎ
Make Every Yard Count / Nike india , 2014
▼
나이키 인디아에서 제작한 크리켓 광고입니다, 스틸컷만 보면 도대체 뭐가 스톱모션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재생하는 순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한 스톱모션이 펼쳐집니다.
1440명의 젊은 크리켓 선수들과 22만 5천장의 사진들로 만들어진 이 영상은
비슷한 구도와 액션들을 이어 붙여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크리켓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매우 빠른 화면전환으로 다소 정신없을 수 있지만 그것이 이 영상의 매력이 아닐까요ㅎㅎ
Things Matter / John Lewis Home Insurance, 2013
▼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CG가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스톱모션 광고입니다.
집안의 가구와 주방기구들, 장난감들, 책들이 모두 생명을 가지고 있다면?
제작코멘트를 빌리자면 가구와 소품들은 가족들의 성격이나 성향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가족사진속에 이 모든 소품들에 생명을 부여해 한데 모은 것이라 합니다.
세계 유명 유통회사인 존 루이스의 보험의 이미지로 그들이 취급하는 주 제품군에 뿌리를 둔
가족적이고 잔잔하지만, 톤앤매너는 참신하게 강조하는광고입니다.
Bravia Theatre - Play-Doh / Sony, 2007
▼
저번에 소개해드린 소니 브라비아 광고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극장에서 상영된 이 광고는, 극장에서만 쓰기에는 아까운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아이들이 쉽게 가지고 노는 장난감인 플레이도우를 이용한 아주 창의적인 광고영상으로,
다른 장소에서 모형토끼들을 미리 만들어 연습 한 뒤,
맨해튼 시내에서 직접 미리 만들어 둔 시나리오대로 실사 촬영까지 마칩니다.
토끼떼가 뛰어다니는 모습과, 마지막의 사각형 픽셀아트가 압도적입니다.
노력의 양을 짐작하기조차 힘듭니다. 다양한 색감을 강조하는 디스플레이 광고답게, 눈이 즐거운 광고입니다.
키프레임이나 애니메이션, 촬영 등 모든 제작 분야에서
작업속도는 점점 단축되고, 효율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스톱모션은 그 변화가 가장 더딘 장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컷 한컷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넘어가는 장면들에도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만들어내는 스톱모션은, 그 정성만큼이나 생명이 강하고 오래가는 기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Comment